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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시날자 :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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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6월 18일 [설화]

 

《담도 좋고 소리도 좋구나》

 

20세기 초엽 황해북도 수안에 박만규라고 하는 민간가수가 있었다.

어느날 그에게 봉산의 장진사라는 부자가 환갑잔치를 차리며 각지의 소리군들을 청해들인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에라, 내 아무리 시골가수라 해도 서울같은 도회지라면 몰라라 황해도 땅에서야 쭈물거릴거 있나.)

이렇게 생각한 박만규는 주저없이 자그마한 괴나리보짐을 둘러메고 장진사가 산다는 봉산군 노루메를 향해 길을 떠났다.

이틀길을 걸어 그곳에 도착하고보니 소리판을 벌린지 3일째 되는 마지막날이였다. 그런데 이날의 무대는 이미 서울에서 초청하여 온 리동백, 김창룡, 류추성 등의 명창들에게 제공되여있었고 마감장식은 국창으로 이름이 난 리동백의 《박타령》으로 판을 막는다는것이였다.

소리판은 벌써 서울에서 온 판소리명창들이 타고앉아 한창 분위기를 올리는지라 누구하나 먼길을 달려온 수안의 시골가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허, 이러다간 신발창 닳아빠진 값도 못하겠는걸.)

바싹 조바심이 동한 박만규는 소리판을 주관하는 소개군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한마디 부르게 해달라고 여러번 청해보았으나 그는 소리판절정의 흥을 깨지 말라는듯 눈만 찔 흘기군 하였다.

그럴즈음에 마감판인 리동백의 《박타령》이 관중의 절찬속에 끝나가고있었다. 때를 놓칠세라 박만규는 소리판에 훌쩍 뛰여들었다.

《수안서 온 서도명창 박만규올시다. 이왕지사 장진사어른의 청을 듣고 먼길을 왔으니 소리한마디 해보고 갑시다요.》

주접을 모르는 박만규가 소개군을 제쳐놓고 제잡담 자기 소개에 인사까지 개여올리며 나서는 통에 장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으하하하…》

《거문고 인놈 춤추니까 칼쓴 놈도 춤춘다더니 저 량반 소리할줄이나 알면서 나서는가.》

《글쎄, 둥둥하면 배뱅이굿판인가 하는 모양이지. 제가 무슨 박수무당이나 된다고, 하하하…》

오고가는 말마다 국창들판에 뛰여든 시골가수를 어처구니없어하는 소리들뿐이였다.

《웃음통들을 아끼고들 계시라요. 어험, 그럼 주인어른이 승낙하신줄로 알고 나도 <박타령>을 부르겠소이다.》

박만규는 능청스레 곡목소개까지 하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시리렁 슬근 톱질이로구나 어유화 당겨주소

 치마끈을 꽉 졸라매고 시리렁 슬근 당기여라

박만규가 부르는 《박타령》은 시작부터 남도의 《박타령》과 달랐다. 그는 방금 리동백이가 불렀던 판소리 《흥보가》중의 《박타령》을 본래의 남도판소리풍으로가 아니라 서도민요조로 구수하게 엮어나가는것이였다.

남도판소리군들의 기본창법으로 된 탁성으로 불리우던 《박타령》을 유순하고 류창한 서도민요창법으로 재치있게 엮어나가는 그의 노래는 독특한 맛과 멋으로 하여 단번에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더우기 흥부내외가 터뜨린 박통에서 쏟아지는 비단필을 두손에 들고 얼씨구절씨구 춤추며 노래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흥취나는 발림까지 곁들여대는 통에 청중들도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며 돌아갔다.

서울에서 온 명창들도 박만규의 소리가 새롭고 기교도 능란한데 아예 탄복하고말았다.

주인인 장진사는 하도 능청스럽고 재간 좋은 박만규를 보며 《그 량반 담도 좋고 소리도 좋구나.》하고 흡족한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이날의 소리판은 박만규의 서도식 《박타령》으로 하여 더욱 흥겨운 절정을 이룬 속에 판을 막았다.

 

김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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