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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시날자 :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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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7(2018)년 10월 11일 [전설]

 

금강산전설(2)

―로장암전설―

 

금강산의 외금강에 있는 관음련봉의 하관음봉 중턱에는 늙은 스님이 바랑(등에 지는 자루주머니)을 지고 앉아 앞을 내다보는 모양을 한 로장암이라는 기암이 있다.

로장암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있다.

옛날 경상도 동래고을 범어사에는 칠십고령의 로장이 있었다.

로장이란 불교에서 이른바 덕행이 높은 늙은 스님을 존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속세를 떠나 50년나마 범어사에서만 살아온 그는 들은바는 있으되 본것이 없는지라 항상 조선팔도는 다 몰라도 천하절승으로 유명한 금강산만이라도 한번 가보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있었다.

로장의 심정을 헤아린 범어사주지는 젊은 스님 한명을 달려 그가 길을 떠날수 있게 해주었다.

《로장님, 오래지 않아 단풍계절이 되오니 여기저기 들리지마시고 직방 강원도로 들어 가시여 금강산을 보소이다.》

《음, 그렇게 해보겠네.》

이렇게 되여 로장은 마가을에 돌아올 작정을 하고 길을 떠났다.

먼저 경상도, 강원도의 명승고적들을 두루 돌아본 그는 금강산에 도착하자 유점사에 들렸다.

유점사는 금강산의 크고 작은 사찰들과 암자들 100여개를 거느리는 대가람답게 웅장하고 고색이 창연하였다.

유점사주지는 로장이 로독을 풀도록 며칠간 푹 쉬게 한 다음 팔팔한 안내자를 붙여주며 온정리에서부터 구경을 시작하되 그에 앞서 삼일포 몽천암을 찾아가 한 이틀 더 다리쉼을 하도록 일러주었다.

안내자를 앞세운 로장이 몽천암에 이르니 해는 금방 산너머로 넘어가고있었다.

황금빛해살을 받아 안은 산봉우리가 그 무슨 신비로운 광채에 싸인 보물산 같았다. 이윽고 쟁반같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오더니 은은한 달빛속에 펼쳐진 산천풍경은 참으로 형용키 어려웠다.

《아, 금강산은 참으로 천하절승이로다. 밤에도 이 같이 아름다우니 낮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로장은 저도 모르게 혼자소리로 감탄하여마지 않았다.

그날 밤 로장은 몽천암에서 쉬고 날이 밝자 삼일포를 구경하였다.

다음날 온정리에 있는 금강온천에서 피로를 말끔히 가신 일행은 거뜬한 마음으로 신계사를 찾아 길을 재촉하였다.

고개마루에 올라선 로장은 《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던가!》 하며 깊은 감동속에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밑에 있는 신계사에서 울리는 유정한 풍경소리가 로장의 귀가에 꿈결인양 은은하게 들려왔던것이다.

혹시 자기가 극락세계에 들어선것이 아닌가 생각되여 로장은《내가 50년세월 불경을 외우면서 오매불망 그렇게도 그려오던 극락세상이 바로 여기로구나!》 하고 혼자말로 심중의 격정을 터치였다.

확 트인 넓은 골을 한가운데 두고 빙 둘러선 웅대하고 절묘하며 혹 기괴하기도 한 집선봉과 채하봉, 그에 잇닿은 장군봉, 좀 떨어져 있는 비로봉의 아아한 모습, 옥녀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수 있으랴. 또한 그 앞에 틀지게 들어앉은 세존봉은 염라국의 철위산처럼 위엄있고 호걸스러웠다.

(사람이 세상에 태여나 이 같은 절경에서 슬픔을 모르고 한평생을 즐겁게 산다면 얼마나 좋으랴. 오로지 선행만을 하여야 가게 된다는 불가의 극락이 과연 여기 금강산의 지상극락만큼 좋기나 하겠는지…)

금강산의 절승경계에 한껏 취한 로장은 실로 제정신이 아니였다.

어느덧 점심때가 되여 젊은 스님들은 이젠 그만 구경하고 신계사에 내려가 점심요기를 하자고 그의 손목을 이끌었다. 그런데 로장은 오히려 그들의 등을 떠밀면서 자기는 배고픈줄도 힘든줄도 모르겠으니 걱정말고 그대들이나 어서 내려가라고 하였다.

《그럼 신계사에 점심을 준비해 놓겠으니 인차 내려오시오다.》

《알겠네, 어서 먼저 내려들 가라구.》

《로장님, 곧 내려오셔야 합니다.》

젊은 스님들은 신신당부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자기혼자 남게 되자 로장은 연 30리의 관음련봉 맨 아래에 위치한 하관음봉의 끝부분에 적당한 자리를 골라 편안히 앉았다.

때는 마침 천고마비(하늘이 높고 말이 살 찌는)의 가을철이라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더없이 푸르렀으며 단풍으로 단장한 봉우리들은 맑은 하늘에 불을 달려는듯 붉게 타올랐다.

천하장관인 풍악의 경치는 이루다 말할수 없이 수려하고 훌륭했다.

아무리 극락이 좋다해도 이곳보다 더 좋으랴, 하필 죽어서만 간다는 극락세상을 무엇때문에 찾으랴.

로장은 이 천하명산 금강산을 떠나서는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무아경에 빠져든 로장은 해가 비로봉뒤로 넘어가 자취를 감춘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헌데 이게 대체 웬일인가. 해가 지면 어두워져야 하겠는데 어쩐일인지 세상은 다시 환해지는것이였다.

로장은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오색 령롱한 구름장들이 하늘가에 쫙 펴져있고 채하봉에 두둥실 떠있던 흰 구름에는 방금 불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바로 불타는 그 구름들이 온 골안을 붉게 비쳐주고있는것이였다.

《옳거니, 저 봉우리에 붉은 노을이 비껴 빛을 발한다고 하여 <채하봉>이라 하였구나.》 로장은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는 붉은 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채하봉을 끝없이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로장이 내려오지 않아 밤새 걱정하던 젊은 스님들이 다음날 아침에 부랴부랴 그를 찾아 하관음봉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로장이 금강산의 기암들처럼 돌이 되여 굳어진채 하염없이 앞만 바라보고있는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여 하관음봉에는 로장암이라는 기묘한 바위 하나가 더 생겨나게 되였다고 한다.

 

김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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