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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시날자 : 20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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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7(2018)년 5월 12일 [설화]

 

서도명창 허득선의 기지 (2)

-《이번엔 말을 웃겨보아라》-

 

서도명창 허득선이가 왕궁에서 인기를 독점한 후 서울장안에는 그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대감사대부들이 저저마다 그를 청해들여 소리판 벌릴내기가 벌어졌다.

이쯤 되고보니 제노라 하던 명기, 명창들의 부러움과 시기질투도 뒤따르기 마련이였다.

허득선이 어느 세도대감집에 불려가 소리판을 벌린 뒤끝에 있은 일이다.

대감을 비롯해 마당안에 한가득 모여앉은 사람들모두가 아직까지 웃음집이 흔들거려 흐흐 하하 하는 속에 대감 뒤켠에 있던 한 명기가 난딱 일어나 대감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옹알쫑알거렸다.

아닐세라 대감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튀여나왔다.

《허허, 네 재주가 과연 발바닥을 하늘에다 붙일듯하구나. 그 재간이면 네 짐승도 능히 웃길수 있겠다?》

허득선의 대답 역시 걸작스러웠다.

《예, 다른건 몰라도 웃기라는것만은 아예 뚝 뗀줄로 아오이다.》

그 대답에 좌중의 눈들이 둥그래졌다.

아뿔사, 저 사람이 짐승이란 소릴 잘못 들었나? 아무리 웃음으로 빚어놓은 사람이거늘 어찌 짐승까지 제 맘대로 웃길수 있을라구, 소가 제김에 씩 웃는것을 보았다는 사람은 있었대도 사람이 시켜서 웃게 한다는 소리는 들으니 처음이다.

《그럴테지. 그럼 이번엔 말을 웃겨보아라.》

《네. 그런데 옛 성인들도 이르기를 얕은 내도 깊게 건느라고 했다는데 며칠 좀 쉬여할가 하오이다.》

《어 그렇게 하게. 좋은 구경거리야 아꼈다 하는게 현명하지. 자네 틀림없이 말을 웃기면 내 큰상을 내리겠네.》

대감이 좌중을 둘러보며 들으란듯 큰소리로 호기를 부렸다.

말속에 말이 있다고 아무렴 네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웃길수 있어도 말못하는 짐승까지야 웃기랴 하는 속심이 없지 않았던것이다.

허득선이 얼결에 큰소리를 치긴하였으나 말을 웃길 생각을 하니 전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할것인가?)

그 알량한 명기가 자기를 골탕먹이려고 대감에게 쏠아댄것이 분명하니 죽으나 사나 기어이 해내야겠다는 결심은 가득하나 신통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남에게 터놓고 말도 못하고 벙어리 랭가슴 앓듯 하며 하루, 손톱여물을 썰며 앉아 또 하루를 보내고 마감날은 마구간을 찾아다니며 종일 기웃기웃 거리다가 돌아왔다.

드디여 약속된 날이 왔다.

그새 장안에서는 서도광대가 말도 웃긴다는 소문이 돌고돌아 대감집마당가엔 구경군들이 떼구름같이 모여들어 이러쿵저러쿵 입씨름들을 벌리였다.

사람들이 웃고떠드는 속에서 시중군들이 허득선이 요구한 수말 4마리를 끌고나와 소리판 네귀퉁이에 한마리씩 매놓았다.

이어 북장단이 박력있게 쿵땅거리더니 서도광대가 허우대를 들썩거리며 소리절반 연기절반으로 소리판을 벌려나갔다. 허득선특유의 망건이 머리우에서 춤을 추고 보기 좋은 코방울이 움찍움찍거리는가 하면 손에 쥔 수건이 장단에 맞춰 가락맞게 너풀거렸다.

만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북장단이 고조되는속에 허득선이 곱새춤을 추며 말있는데로 다가가더니 주둥이켠에 수건을 휘둘러대며 《이놈의 말 웃어주오. 네 웃으면 내가 살고 안웃으면 대감마님이 좋을시구, 엿을 먹겐? 아니구나, 풀을 먹겐? 어이쿠나…》 즉흥곡에 맞춰 빌기 절반, 강요절반 웃기는 소리를 연방 해댔다.

긴장! 집중! 북고수도 잔가락으로 초점을 모아가는데 어랍쇼, 말의 큰 눈이 뗑그레지더니 코방울이 벌씬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어 눈가에 느슨한 무엇인가 어리더니 대가리를 휘저으며 참을수 없다는듯 두다리를 쳐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뒤따라 사람들의 경탄이 터졌다.

《야! 말이 웃었다.》

《어떻게 웃겼을가?》

《저것봐요. 저쪽 말도 또 웃잖수, 히야!》

세번째, 네번째 말에서도 꼭같은 현상들이 펼쳐졌다.

구경군들은 박수를 치며 서로 광대의 그 말웃기는 재간이 신기하고 묘하기 그지없다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허득선의 재기에 대감도 명기도 두손을 바짝 들고말았다.

그러나 누구도 허득선이 미물같은 말을 웃긴 비결을 알지못하였다.

기고만장하여 숙소에 돌아온 허득선은 저녁 어슬막에 북잡이 고수를 조용히 찾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대감에게서 받은 상을 한짐 지고 들고 마구간의 마사원을 찾아떠났다.

가는 길에 고수가 의아하여 《이건 왜 마사원에게 가져다 주시오?》하고 물었다.

《쉬, 그럴 사연이 있네. 암내인 암말의 오줌을 천에 묻혀 수말의 코밑에 가져다대면 수말이 좋아 어쩔줄 모른다는걸 그 사람이 귀뜀해주었거든.》

그제서야 사연의 전말을 깨달은 고수는 무릎을 치며 번뜩이는 기지에 정비례하는 허득선의 탐구와 열정에 감탄을 련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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